53. 나쁜남자 나르시시스트에 관하여

"전 드라마틱한 사랑을 원해요."
 
 
<사람들은 연인관계에서 흥분과 긴장을 원합니다.> 이것이 나르시시스트에게 끌리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어떤 여자들은 이상적인 연인관계란 항상 긴장감 넘치고, 복잡하고, 자극적인 드라마 같은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은 착하고 예의 바른 남자를 만나서 그럭저럭 괜찮은 연애를 하게 되면 뭔가 2%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우리 둘 사이의 관계가 끝장나는 것은 아닐까?' 라며 일도 못하면서 걱정하는 날들도 없고, 앞으로 둘 사이가 어떻게 찬란하게 변해갈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밤들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뿐인가요? 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친구들과 끝없이 묻고 답하는 재미도 없습니다. 남자친구의 행동이 머리가 터질 듯 복잡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없이 너무나 멋진 것도 아니죠. 어떤 면에서 이런 여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남자친구 자체라기보다는 연애에 대한 흥분과 긴장의 드라마입니다. 제 친구는 이런 상황을 가리켜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 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제 잘 아시겠지만, 이런 흥분과 긴장의 드라마에 등장할 남자 주인공으로는 나르시시스트가 제격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흥분과 긴장에 대한 갈구는 텔레비전이나 영화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오늘날의 문화가 그렇죠. 모든 것들은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고, 흥분되고,재밌고 멋지게 보입니다. 뮤직비디오를 생각해보세요.
예전처럼 가수가 혼자 서서 노래 부르고 카메라 한 대가 그 가수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가수는 노래하고 춤추고 뛰어다니고, 열 대가 넘는 카메라가 매 초 다른 각도에서 이 움직임들을 잡아냅니다. 앞,뒤, 옆에서 화면이 잡힐 때마다 가수는 다른 옷을 입고 있으며 눈부신 조명이 그를 비춥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확실히 대중문화는 점점 더 많은 행동과 움직임을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시천자인 우리는 카메라 한 대로는 지루해지고, 그래서 다섯 대를 사용하면 잠깐 주목하다가 얼마 후 또 지루해하지요. 우리는 이런 자극적인 것들에 서서히 중독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됐지요.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런 성향은 나타납니다. 아시다시피 많은 텔레비전 드라마들은 연인관계를 다룹니다.
하지만 요즘에 나오는 드라마 중 그 어떤 것도 단순하거나 마냥 좋기만한 관계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한 고비를 넘으면 또 한 고비가 오고, 주인공들은 그 고비들을 잘 이겨내죠. 그리고 끝내 행복한 결말에 다다르게 됩니다. 텔레비전 속의 연애는 이렇게 극적이고 긴장감 넘칠 뿐 아니라 항상 문제들이 멋지게 해결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문제는 뭘까요? 바로 어떤 사람들은 이런 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요소를 현실 속의 연인관계에서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텔레비전에서 봤던 것들을 진실이라 믿지요. 이들이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할 때, 그들이 진실로 원하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이 아닙니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느낄 수 있는 긴장과 흥분을 원하는 것입니다.
한 대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뮤직비디오가 지루하듯, 그저 문제없이 잘 흘러가는 연인관계는 뭔가 지루하게 느끼는 것이지요.
 
계속....